내가 죽으려 했던 것은*
한 여자가 한남대교에 매달려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. 유경은 통근 버스의 스크린을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다. 강남으로 향하는 470번 버스 안이었다. 화면 하단에 빨간 배경에 하얀 글씨로 ‘속보’라는 단어가 나타나기가 무섭게…
『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』 & 『며느라기』
때로는 ‘전술’이 필요할 때가 있다. 특히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인생 최대의 숙제라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‘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?’, ‘그 사람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럴까’를 끊임없이 후회하고 곱씹어보는…
그럼에도 김사과를 추천합니다
몇 해 전 일인데도 기억에 생생하다. ‘수정’과 검은 고양이의 처절한 실랑이가 벌어지는 페이지를 읽는 동안,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 나에 대한 어떤 점을 깨달았다. 그것은…,…
늙는다는 것, 그리고 계속 살아간다는 것 <더 히어로>
2018년 1월의 ‘어수선한 영화 이야기’에서 만나본 영화는 <더 히어로>. 노년의 삶과 사랑을 담은 <아이 윌 씨 유 인 마이 드림스>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‘브렛 헤일리’ 감독의 신작이다. 2017년 선댄스…
생은 언제나 제 나름대로 지리하고 제 나름대로 찬란하다
처음 죽음이라는 개념에 겁에 질렸던 순간을 기억한다.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죽음이 무엇인지 감을 못 잡고 헤매던 나는, 모두가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지팡이를 짚으며 서럽게 우는 모습…
1971
초여름의 어느 날 엄마와 더위를 피해 대형서점에 갔다. 내가 고른 미술책들을 같이 계산해주던 엄마에게 매년 엄마의 얼굴을 그려주겠다고 약속했다. 그리고 그 해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. 엄마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을 시작으로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.
『백래시』 & 『젠장 좀 서러워합시다』
1991년 출간되어 페미니즘 필독서로 여전히 호평받고 있는 수전 팔루디의 『백래시』가 한국에서도 번역되었다. 저자는 이 책에서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성취 이후 준비 없이 맞이한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등장한…