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소하고도 특별한 우리의 여름밤
모든 계절의 낮과 밤 풍경이 다르지만, 여름밤만큼은 좀 더 특별한 감흥을 느낀다. 시끌벅적하고 뜨거운 낮이 사라진 자리에 어둠이 찾아드는 소리와 모양은 근사하다. 밤이 급작스레 찾아오는 듯한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은…
그런다고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, 그럼에도
<남매의 여름밤>은 콕 짚어 줄거리를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. 물론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하진 않다. 아빠(양홍주)의 사업이 망하자, 옥주(최정운)와 동주(박승준) 남매는 아빠와 함께 짐을 싸서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(김상동)의 오래 된 이층 양옥집으로…
The blue hour (8 PM)
“밤이 오지 않습니다”하고 그가 말한다. 기차는 한 방향으로, 주기적으로 멀어진다. 지평선에 태양이 걸쳐 있다. 어스름한 땅거미나 노을은 보이지 않는다. 그는 육교 난간에 팔을 기대고 있다. 나는 그의 등에 팔을 기대고…
《단지 흑인이라서, 다른 이유는 없다》 & 《쇼리》
⟪조반니의 방⟫을 시작으로 제임스 볼드윈의 대표작이 하나둘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. 제임스 볼드윈은 현대 미국 문학사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으로 흑인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작가이자 운동가이다. 젊은…
하마다 킨고 “음악으로 탄생한 인연이 여러분에게 닿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.”
<월간 윤종신> 편집팀이 7월호 ‘기분’에 참여한 ‘하마다 킨고(Kingo Hamada)’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. – 첫 인사 부탁드립니다. 윤종신 팬 여러분, 처음 뵙겠습니다. 저는 Kingo Hamada라고 합니다. 이번에 국경과 바다를 넘어 ‘ 월간…
너의 뒤에서 산다는 것
소년의 꿈은 소녀의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. 옆에서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뒤에서 남몰래 따라 걷는 걸음. 소년은 세상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소녀의 작은 어깨와 등, 매일같이 흘린 눈물로 물기 가득한…
아이의 시간을 기억하며
나는 초중고 12년을 어떻게 살아남았더라. <소년시절의 너>(2019)를 보고 한참을 생각해봤지만, 유년시절의 기억은 어쩐지 김 서린 유리창 너머로 보는 풍경처럼 흐릿하다. 물론 단편적인 기억들은 난다. 어떤 해에는 부모님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…